2009/08/27 14:04 서초동 뒷골목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 그 다음은?
지난번에 IT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2009/08/19 - [역삼동 뒷골목] - 10년전 이미 IT, 게임산업 진흥에 힘쓰다)
광파리님의 블로그에서도 말씀하셨다시피 한국의 IT인프라는 세계 최고입니다.
이러한 우리나라와 인도는 각기 IT강국이라는 별칭을 얻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인도의 인터넷 접속방식의 77%가 전화모뎀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실은 과연 인도가 IT강국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합니다.
전화모뎀은 우리가 10년전에 쓰던 방식이니까요.
IT 강국에 대한 평가는 인프라와 관련 교육의 정도, 산업육성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준을 두고, 평가를 합니다.
그렇다면 인도의 어떤 모습이 IT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할 수 있었을까요?
인도공과대(IIT), 인도과학원(IISc), 인도경영대학원(IIMs) 등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기관에서 고급인력들이 양성되고 있고,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유로 이들은 영어마저 뛰어납니다.
이는 곧 영어를 잘하는 고급 기술자들을 저렴하게(!) 쓸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게다가 미국(실리콘밸리가 되겠지요)과의 적절한 시차로 인해 외주를 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됩니다.
그 결과 미국의 포천지가 뽑은 세계 500대 기업 중에서 200여개의 기업들이 인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기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 500대 기업의 2/5를 담당하는 인도가 IT강국이 맞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이런 게 없느냐?
없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각 학교마다 컴퓨터나 프로그래밍, 웹, IT관련한 학과는 한두개씩 다 있을 정도입니다. 관련 프로그램 체제가 웬만해선 다 영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들이 딱히 영어를 못한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취업할 때는 특히! 이러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이 당락을 많이 좌우하기도 합니다) – 사실 욕심껏 주장한다면, 로스쿨이 아니라 IT스쿨을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 왜?
전경련 “한국 IT서비스 경쟁력 선진국에 5~6년 뒤져”
전경련, “IT서비스 산업, 선진국의 70% 수준”
IT산업 경쟁력은 높은데 서비스는 선진국 70% 수준
국내 IT서비스 경쟁력 '우물안 개구리'
우리나라 IT서비스가 다른 나라보다 5~6년전 상황이라는 소리까지 나올만큼 갑자기 후퇴된 느낌이 들까요?
우린 IT인프라마저 세계최고인데!
우리나라 IT 서비스가 나빠진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짧고 굵게” 단시간에 잘해야한다고 강요받는 구조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획과 개발이 동시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보통은 기획완료 후 기획 수정과 개발 병행의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기획이 탄탄하기 때문에 개발이 수월해지고 수정사항도 더 적어지게 됩니다.
기획 과정에서 개발자가 투입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예산절감의 효과마저 나타납니다.
한가지 솔루션을 이렇게(짧고 굵게) 잘 만들어서 내놓았을 때, 두가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단기 서비스일 경우 문제없이 진행가능합니다.
장기 서비스일 경우 시간의 흐름과 유저의 성향 등등에 따라 변수가 많이 생깁니다. 그에 따라 업데이트 등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때 기존의 솔루션에 대대적인 수정을 가해야 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요새 인터넷 용어로 ‘시ㅋ망ㅋ’이 되면서 또다시 개발자가 컴퓨터와 한 몸이 되어 몇날며칠을 밤새야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물론 기획이 아주 잘 된 경우엔 승승장구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필수적인 것은 ‘지속적인 투자’입니다. 1년 안에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바로 프로젝트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보다 많은 IT기업들이 잘되기 힘들다고 봅니다. 여기에 최근 Ddos등으로 부상한 ‘부족한 보안인식’ 역시 약간의 걸림돌이 될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거대자본이나 거대 투자자들의 인식의 전환이라고 봅니다.
개발자도 기획자도, 해외 조력업체조차 구조가 바뀌었으면 하는 시점에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자본'입니다.
자본을 가진 거대기업(혹은 투자자)이 인식의 전환을 통해 인내를 하지 않는다면
지금 한국의 IT 그 이상을 뛰어넘기 힘들다고 봅니다(구조적 패착이랄까..)
아울러 갈길이 창창한 IT를 향해 IT는 사양산업 – 이라는 식의 정부측 발언도 좀 자제해줬으면 합니다.
IT인프라 구축과 확충이 한국이 IT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면
이제 관련 산업의 교육과 다양한 육성정책, 그리고 프로세스와 인식의 전환이 진짜 IT강국으로 가는 길을 만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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